
☐ 지난 글에서 판단을 AI에게 넘기는 순간에 생기는 쎄함에 대해 썼습니다.
- 그런데 처음부터 AI와 함께 자란 세대에게도 그 감각이 있을까요?
지난글 : AI에게 판단까지 맡겨도 괜찮을까?
쎄함에는 기준점이 필요합니다
☐ 쎄함은 직관처럼 느껴지지만, 실제로는 비교의 결과입니다.
- 직접 해 본 경험이 기준점으로 남아 있고, AI의 답이 그 기준과 어긋날 때 이상하다는 신호가 옵니다.
- 지금 세대에게는 AI 이전에 직접 찾고, 쓰고, 계산해 본 기억이 있습니다.
- 지난 글의 GPS 연구에 빗대면, 우리는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본 뒤에 내비게이션을 쓰기 시작한 세대입니다.
- 처음부터 AI로 배우는 세대에게는 그 기준점이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.
- 무뎌질 감각이 처음부터 없는 상태에 가깝습니다.
데어 봐야 생기는데, 델 일이 드뭅니다
☐ 그렇다고 영영 생기지 않는 건 아닙니다.
- AI 때문에 실제로 손해를 본 경험이 쌓이면, 그 세대 나름의 쎄함이 생깁니다.
- 문제는 빈도입니다. AI는 대부분 맞기 때문에 데는 경험이 드물고, 늦게 옵니다.
- 지난 글에서 직관이 믿을 만해지려면 판단의 결과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.
- 틀릴 일이 드물면 신뢰할 만한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.
☐ 실제로 젊은 층의 지표가 낮게 나온 연구가 있습니다.
- 영국에서 666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17~25세 참가자는 AI 사용과 인지 위임이 더 많았고 비판적 사고 점수가 낮았던 반면, 46세 이상은 점수가 높고 AI 의존도가 낮았습니다.
- 다만 연구자 스스로 이 차이가 나이 때문인지, 도구와 함께 자란 탓인지,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.
- “요즘 세대는 판단력이 없다.”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.
- 판단력이 자랄 조건이 달라졌다고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.
격차는 마찰이 남은 곳을 따라 벌어집니다
☐ 판단력은 불편함을 겪으며 자랍니다.
- ‘바람직한 어려움’, 즉 내 머리로 떠올리고 엮고 만들어 내야 하는 구간입니다.
- AI는 그 구간을 없애 주는 도구입니다.
- 그래서 이제 그 구간은 누군가 일부러 남겨 줘야 생깁니다.
- 직접 써 보게 하는 부모, 과정을 묻는 학교, 결론보다 근거를 따지는 직장이 그 역할을 합니다.
- 앞의 연구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AI 사용량과 관계없이 비판적 사고 점수가 높았습니다.
- 돈이 직접 원인은 아닙니다.
- 하지만 마찰을 설계해 줄 환경은 경제력, 교육 환경과 겹치기 쉽습니다.
- 그래서 판단력의 격차는 새로 생기기보다 기존의 격차를 따라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.
바닥은 올라가지만 천장은 더 빨리 올라갑니다
☐ 반대 방향의 힘도 있습니다.
- 고객 상담원 5179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AI 도구를 쓰자 시간당 해결 건수가 평균 14% 늘었고 초보·저숙련 상담원은 34% 늘었지만 숙련 상담원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.
- 연구진은 AI가 유능한 상담원의 노하우를 퍼뜨려 신입이 경험 곡선을 빨리 따라잡게 했다고 봤습니다.
- 정해진 일을 처리하는 실행 능력의 격차는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.
☐ 하지만 AI가 퍼뜨린 것은 이미 정리된 답입니다.
- 무엇을 물어야 할지, 언제 의심해야 할지는 퍼뜨려지지 않습니다.
- 그래서 실행은 평준화되고, 판단에서 차이가 벌어집니다.
- 이 차이는 결과물만 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.
- AI가 다듬어 준 결과물은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.
☐ 차이는 AI가 틀렸을 때, 혹은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.
- 그리고 그때는 이미 판단력을 기를 시간이 많이 지나간 뒤입니다.
☐ 다음 세대가 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, 그것은 그들의 결함이 아니라 기준점을 만들 기회가 줄어든 환경의 결과입니다.
- 지난 글에서 저는 일부러 남겨 두는 비효율을 이야기했습니다.
- 앞으로의 격차는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, 다음 세대에게 그 비효율을 누가 남겨 주느냐에서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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