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우리가 질투하는 대상은 정해져 있습니다
☐ 세계 최고 부자의 재산이 하루 만에 몇 조 늘었다는 기사를 봐도 별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.
- 그런데 동창회에서 “걔 요즘 잘나가더라.”는 말 한마디를 듣고 나면, 집에 오는 길 내내 그 말이 맴돕니다.
- 심리학에서는 이걸 준거 집단(reference group)의 문제로 봅니다.
- 레온 페스팅거가 1954년에 정리한 사회 비교 이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.
- 사람은 자기 위치를 잴 절대적인 기준이 없을 때 비슷한 처지의 타인을 잣대로 삼습니다.
- 그러니까 비교의 사정거리는 세계가 아니라 반경 몇 미터입니다. 옆자리, 옆집, 같은 학번.
☐ 부자란 동서(同壻)보다 100달러를 더 버는 사람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.
- 우리가 부를 어떻게 체감하는지 꽤 정확하게 짚는 말입니다.
- 절대 액수가 아니라 옆 사람과의 차이가 기준이 됩니다.
- 동서(同壻) - 남자 입장에서 아내의 자매의 남편, 여자 입장에서 남편의 형제의 아내
네로가 원한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
나심 탈레브의 “행운에 속지 마라” 1장에는 두 트레이더가 등장합니다. 네로 튤립과 이웃 존입니다.
☐ 네로는 신중한 쪽입니다.
- 크게 잃지 않는 대신 크게 벌지도 못합니다.
☐ 존은 같은 동네에 살고 네로보다 훨씬 많이 법니다.
- 네로가 보기에 존의 수익은 실력이 아니라 시장이 잠깐 쥐여 준 것입니다.
- 위험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운 좋게 올라탄 결과입니다.
☐ 네로는 그걸 알고 있습니다. 알고 있는데도 아픕니다.
☐ 탈레브는 그 마음을 이렇게 적었습니다.
“네로는 촌스러운 뉴저지 사투리를 쓰는 돈 많은 시골뜨기로부터 어떻게든 존경을 받고 싶었다.”
☐ 이상한 지점은 여기입니다.
- 네로가 원한 것은 존의 돈이 아니었습니다.
- 네로가 우습게 보는 사람의 인정이었습니다.
경멸과 인정 욕구는 같이 옵니다
☐ 우리는 자기 기준을 정해 놓고 산다고 믿습니다.
- 그런데 점수를 매기는 쪽은 늘 내가 아닙니다.
- 지위는 자기 신고로 성립하지 않습니다.
- 남이 인정해 줘야 비로소 성립합니다.
- 내 기준이 아무리 단단해도 채점표는 바깥에 있습니다.
- 게다가 사회가 공용으로 쓰는 채점표는 대체로 하나입니다.
- 돈, 집, 차처럼 눈에 보이고 숫자로 비교되는 것들입니다.
☐ 내가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그 표에서 나보다 앞서 있을 때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.
-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, 내가 믿어온 기준이 통하지 않는다는 증거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.
☐ 건방진 자랑이 유독 견디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.
- 자랑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채점표를 꺼내 보이는 행동입니다.
- 지금 우리는 이 표로 채점 중이라고 선언하는 셈입니다.
- 그 순간 내가 붙들고 있던 기준은 잠깐 무력해집니다.
-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.
- 오히려 상대의 성공이 운이라는 걸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더 아픕니다.
- 네로는 존이 어떻게 벌었는지 설명할 수 있지만, 존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. 통장이 대신 말해주니까요.
존이 무너졌을 대, 네로는 부끄러웠습니다
☐ 존는 1998년 여름에 무너집니다.
- 네로가 예상한 그대로입니다.
- 1998년은 러시아 모라토리엄과 LTCM이라는 미국의 헤지펀드가 무너진 해였습니다.
☐ 그런데 그 순간 네로에게 찾아온 감정은 안도도, 만족도 아니었습니다.
“네로는 존의 불행을 고소하게 느끼는 감정이 부끄러웠다. 하지만 그 기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.”
☐ 이 감정에는 이름이 있습니다.
- 샤덴프로이데(Schadenfreude),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입니다.
- 우리말로는 쌤통 심리에 가깝습니다.
☐ 다카하시 히데히코 연구팀이 2009년 “사이언스”에 발표한 fMRI 연구가 이 감정의 구조를 보여줍니다.
- 첫 실험에서, 상대가 나와 관련된 영역에서 앞서 있을 때 질투가 강해졌고 통증 처리에 관여하는 전대상피질이 함께 활성화됐습니다.
- 두 번째 실험에서는 그 부러워하던 상대에게 불행이 닥치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.
- 이번에는 보상 회로인 복측 선조체가 반응했습니다.
☐ 중요한 건 이 두 실험을 이은 결과입니다.
- 첫 실험에서 전대상피질이 강하게 반응한 사람일수록, 두 번째 실험에서 선조체 반응도 컸습니다.
☐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.
- 고소함의 크기는 앞서 아팠던 크기와 같습니다.
- 그래서 부끄러운 겁니다.
- 그 감정은 도덕적 결함의 증거가 아니라, 내가 그동안 그 사람 때문에 얼마나 아팠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눈금이기 때문입니다.
- 네로는 존을 우습게 본다고 말해 왔지만 고소함의 크기가 그 말을 뒤집습니다.
-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무너졌다면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을 겁니다.
☐ 억누를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.
- 보상 회로의 반응은 판단보다 먼저 도착합니다.
- 부끄러움은 그 감정이 다 지나간 뒤에야 따라옵니다.
☐ 그럴듯한 명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.
- 운으로 번 사람이 결국 잃었으니 세상이 공정해진 것이라고요.
- 다만 네로는 자기가 느낀 기쁨의 출처가 정의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.
☐ 무엇보다, 존이 무너졌다고 해서 네로의 통장에 한 푼이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.
- 변한 것은 오직 둘 사이의 격차뿐입니다.
- 우리가 절대값이 아니라 격차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, 존이 망한 순간에 가장 선명해집니다.
☐ 그리고 그 여름이 오기까지 몇 년이 걸렸습니다.
- 네로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는 동안 네로는 계속 아팠습니다.
- 옳은 쪽에 서 있는 것과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.
질투를 감정이 아니라 신호로 읽기
☐ 비교를 끊으라는 조언은 대체로 실패합니다.
- 비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값이기 때문입니다.
☐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.
- 누구와 비교할지 그리고 무엇을 놓고 비교할지.
☐ 시간을 축으로 삼는 방법도 있습니다.
- 옆집이 아니라 3년 전의 나와 비교하는 겁니다.
- 남이 손댈 수 없는 채점표입니다.
☐ 질투가 올라올 때 그 감정을 지우려 애쓰기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편이 낫습니다.
- 질투는 방향을 알려 주는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.
☐ 물론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이기 때문에 의식을 하더라도 그 감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.
☐ 네로 이야기가 오래 남는 이유는 그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서입니다.
- 확률을 알고, 운을 알고, 존의 성공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압니다.
☐ 그런데도 존경받고 싶어 하고 그 사람이 무너지자 고소해합니다.
- 안다고 해서 벗어나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.
☐ 네로가 부끄러워한 지점도 정확합니다.
- 부끄러웠던 건 고소해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, 그 감정이 그동안 자기가 존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었는지를 들켜 버렸다는 데 있습니다.
☐ 어쩌면 네로에게 필요했던 건 존이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었을 겁니다.
- 존이 잘되든 말든 상관없어지는 순간이었겠지요.
- 그런데 그 순간은, 상대가 사라진다고 오지 않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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