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잣대를 나에게 붙여 두면
☐ 애덤 그랜트는 『싱크 어게인』에서 정체성을 어디에 두면 좋을까라는 문제를 다룹니다.
- 자기 자신을 하나의 잣대로 규정해 두면, 세상이 변해서 그 잣대가 달라질 때 나도 같이 흔들리게 됩니다.
- 문제는 잣대를 갖는 게 아니라, 잣대와 나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데 있습니다.
- 그래서 의견이 반박당하면 정보가 수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깎이는 느낌이 듭니다.
☐ 그랜트의 제안은 정체성을 특정 결론이 아니라 가치와 방법에 묶어두라는 쪽입니다.
- “나는 A라고 생각하는 사람”이 아니라 “증거를 보고 판단하는 사람”으로 자기를 정의하면 결론이 바뀌어도 내가 무너지지 않습니다.
☐ 가치관은 바뀌지 않아도 됩니다.
- 바뀌어야 하는 것은 그 가치관을 적용해서 내린 결론입니다.
의심하고, 받아들이고, 다시 의심하기
☐ 어떤 생각을 처음 만났을 때 일단 의심해 보는 것.
☐ 검토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.
☐ 받아들인 뒤에도 새로운 증거가 오면 다시 의심할 마음을 남겨 두는 것.
☐ 이 세 단계 중에서 어려운 것은 세 번째입니다.
- 앞의 둘은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라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.
- 신중하게 따져보고 결론을 내렸다는 감각이 남으니까요.
- 세 번째는 그 결론을 다시 부정해야 하는 일이라 앞의 두 단계에서 얻은 만족감을 스스로 취소하는 셈이 됩니다.
☐ 그래서 많은 경우 두 번째에서 멈춥니다.
- 충분히 검토했다는 이유로 다시 열지 않습니다.
- 검토에 들인 시간이 길수록 더 그렇습니다.
- 어렵게 도달한 결론일수록 내려놓기 아깝습니다.
- 그러다 보면 근거가 슬쩍 바뀝니다.
- 처음엔 “증거가 이러니 A다”였는데, 나중엔 “내가 따져봤으니 A다”가 됩니다.
- 결론을 떠받치던 것이 증거에서 검토 이력으로 갈아끼워지는 겁니다.
틀림이 고통과 붙어버린 과정
☐ 그랜트는 틀렸음을 발견하는 순간이 고통으로 조건화되는 과정을 지적합니다.
- 자기가 틀렸다는 신호가 들어올 때마다 불쾌감이 따라붙으면 나중에는 신호만으로 방어가 작동합니다.
- 반박을 듣는 순간 이미 반박의 반박을 찾고 있습니다.
- 순간적인 불쾌감 자체는 이상한 게 아닙니다.
- 예측이 어긋났다는 신호에 몸이 반응하는 것은 정상입니다.
- 문제는 그다음 1초입니다.
- 불쾌감이 그대로 방어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확인으로 이어지느냐.
☐ 틀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저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.
- 이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문제입니다.
- 틀린 판단을 하루 더 붙들고 있으면 그 판단 위에 쌓은 결정들이 하루치 더 늘어납니다.
- 되돌리는 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커집니다.
- 그러니까 빨리 틀리는 쪽이 이득입니다.
- 다만 머리로는 이 계산이 명확한데, 실제 상황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.
인정한다고 무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
☐ 틀렸음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평판에 대한 예상입니다.
- 인정하는 순간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예상이요.
- 그런데 이 예상은 실제와 잘 맞지 않습니다.
- 그랜트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 연구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을 때 틀렸음을 인정한 과학자는 인정을 거부한 과학자보다 동료들에게 더 나은 연구자로 평가받았습니다.
☐ 오류를 인정한 과학자는 전문성·진실성 면에서 더 신뢰받는 것으로 평가되었고, 잘못을 인정하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온화함뿐 아니라 역량 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.
- 온라인 논쟁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.
☐ 즉 손실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실제로는 손실이 아니었습니다.
- 방어의 근거로 삼았던 계산 자체가 틀린 셈입니다.
☐ 평판을 위해 인정하는 것은 인정이 아니라 연출이고 몇 번 반복되면 대체로 들킵니다.
- 여기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.
- 인정을 막고 있던 두려움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.
그래서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
☐ 기쁨의 대상을 옮겨두기
- 틀렸다는 사실 자체가 기쁠 수는 없습니다.
- 기쁠 수 있는 것은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는 것. 그리고 틀린 상태를 더 끌고 가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.
- 대상을 정확히 잡아 두면 억지로 좋아할 필요가 없어집니다.
☐ 틀림의 비용을 미리 낮춰두기
- 공개적으로 강하게 단정해 둘수록 철회의 비용이 커집니다.
- 확신의 강도를 실제 근거의 강도에 맞춰 말해 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수정이 쉬워집니다.
☐ 의견과 나 사이의 거리두기
-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연습입니다.
- 3년 전의 제가 틀린 것은 지금의 제가 틀린 것 보다 인정하기 쉽습니다.
- 그 거리를 조금씩 당겨 오는 것이 목표입니다.
☐ 확인은 말이 아니라 다음 행동으로
- “제가 틀렸네요”라고 말하는 것은 1초면 됩니다.
- 진짜 비용은 그다음 행동을 바꾸는 데서 발생합니다.
- 바꾸지 않으면 그 인정은 대화를 그냥 끝내는 기술에 불과해집니다.
마치며
☐ 틀렸음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성격을 바꾸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, 실제로는 반응 하나를 바꾸는 문제에 가깝습니다.
- 신호가 왔을 때 방어로 갈 것이냐 확인으로 갈 것이냐.
- 이 갈림길은 하루에도 여러 번 옵니다.
☐ 아직 저는 잘 못합니다.
- 지적을 들으면 여전히 먼저 불편해지고, 반박거리를 찾는 쪽으로 머리가 돕니다.
-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그 반응이 작동하는 걸 알아차리게 됐다는 정도입니다.
- 알아차린다고 반응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알아차린 뒤에는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이 생깁니다.
- 지금은 그 시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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