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☐ 지능의 기원 초반부에 로봇청소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.
- 아이로봇의 ‘룸바’ 입니다.
- 2025년 파산보호 절차를 거쳐 중국 기업에 인수되었습니다.
☐ 전성기에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80%를 넘었는데
- 그런 회사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회사 지분 100%가 중국 자본에 넘어갔습니다.
☐ 그리고 아이로봇을 무너뜨린 주역 중 하나가
- 지금 제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는 로보락입니다.
원조는 왜 무너졌을까
☐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반사적으로
- ‘역시 중국은 가성비로 무섭게 치고 오는구나’라고 생각했습니다.
☐ 그런데 로보락이 아이로봇을 이긴 건 싸서가 아니라
- 라이다 내비게이션, 물걸레 겸용, 먼지를 자동으로 비워주는 올인원 스테이션.
- 이런 기능 혁신에서 로보락이 오히려 앞서 나갔습니다.
- 지금 로보락의 플래그십 모델은 룸바보다 비쌉니다. 그런데도 팔립니다.
☐ 그러니까 이건 ‘선도자가 가성비에 밀린 이야기’가 아니라 ‘선도자가 혁신 속도에서 추월당한 이야기’입니다.
- 아이로봇 원조라는 자리에 서 있었고
- 로보락은 계속 달렸습니다.
- 그 차이가 20년 넘게 쌓인 결과가 이번 인수 소식입니다.
☐ 선점 효과는 분명 존재합니다.
-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습니다.
- 선점 효과는 자산이 아니라, 계속 갱신해야 하는 구독권에 가깝습니다.
어디서 많이 본 전략 아닌가
☐ 로보락의 성장 스토리를 보다가
- 후발주자로 시작해서, 원조를 빠르게 따라잡고, 어느 순간 기능과 품질로 역전한다.
- 바로 삼성이 걸어온 길과 똑같습니다.
☐ 삼성 반도체는 일본 기업들을 따라가며 시작했습니다.
- 소니의 TV를, 노키아의 휴대폰을 따라갔습니다.
-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였습니다.
- 우리는 이 전략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.
☐ 그래서 이런 질문이 따라 옵니다.
- 우리는 따라가는 것만 잘하는 것 아닐까?
- 우리나라의 체계에서 시장 선도자가 나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?
패스트 팔로워는 정말 열등한 전략일까
☐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, 먼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.
- 패스트 팔로워가 정말 부끄러운 전략이냐는 것입니다.
☐ 경영학자 골더와 텔리스의 연구에 따르면,
- 시장을 처음 개척한 기업의 상당수는 실패합니다.
- 최초라는 타이틀은 역사책에 남지만,
- 시장은 종종 두 번째, 세 번째 주자가 가져갑니다.
- 검색엔진의 최초는 구글이 아니었고
- 스마트폰의 최초도 애플이 아니었습니다.
☐ 선도자는 시장이라는 지도를 그리다 쓰러지고
- 추격자는 그 지도를 들고 달립니다.
☐ 그러니 ‘따라가는 것’을 잘한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능력입니다. 문제는 따라잡은 다음입니다.
☐ 삼성은 반도체를 추력으로 시작했지만, 메모리 분야에서는 30년째 선도자입니다.
- 로보락도 아이로봇의 추격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로봇청소기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.
☐ 그러니까 진짜 질문은 ‘우리는 왜 선도자가 못 되는가’가 아니라
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하는 조건은 무엇인가.
입니다.
선도자의 자격은 실패를 감당하는 능력
☐ 추격자와 선도자의 결정적 차이는 실패의 확률입니다.
☐ 추격자는 검증된 길을 갑니다.
- 앞선 이가 어디서 넘어졌는지 보면서 달리니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.
- 반면 선도자는 지도 없는 길을 갑니다.
-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합니다.
- 그 실패를 견디고 축적해야 어쩌다 한번의 성공이 나옵니다.
☐ 그래서 선도자가 되려면 개인의 역량 이전에,
- 실패를 감당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.
-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,
- 실패의 기록이 자산으로 쌓이는 문화,
- 실패한 사람에게 낙인 대신 경험치를 인정해주는 시선 같은 것들입니다.
원조가 아니라, 계속 달리는 사람
☐ 아이로봇의 몰락에서
- 원조라는 것, 선점했다는 것은 출발선의 이점일 뿐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.
- 계속 달리는 쪽이 이깁니다.
- 로보락 역시 지금 멈추면 다음 추격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추월당할 것입니다.
☐ 이건 회사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.
- 개인의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.
- 한때의 성취, 한때의 타이틀은 선점 효과일 뿐입니다.
- 그 자리에 머무는 순간부터 누군가는 저를 따라잡고 있을 테니까요.
☐ 따라가는 것을 잘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.
- 다만 따라잡은 다음에도 계속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.
- 그게 원조와 추격자를 가르는 질문이 아니라, 살아남는 자와 사라지는 자를 가르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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